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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

낙엽, 가을에 어울리는 좋은 시

낙엽-레미 드 구르몽

 

시몬, 나무잎새 저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은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시는 구르몽의 #낙엽입니다. 레미 드 구르몽은 프랑스 문예평론가였으며, 시인이며, 소설가였습니다. #낙엽이란 시는 1892년 간행된 레미 드 구르몽의 시집 <<시몬 La Simone>>에 수록되어 있는데요. 구르몽의 대표 시 중 한 편입니다. 사실 #낙엽은 전 세계 사람들이 애정 하는 시입니다. 시를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란 구절에 익숙할 정도로 가을이 되면 회자되는 시거든요. 

#구르몽의 #낙엽이란 시는 시각 이미지와 청각 이미지가 뛰어나게 형상화되어 있는데요.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요 세 구절만 읊어봐도 청각 이미지가 귀에 총총 박혀서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가을 그 넓은 품에 안겨 낙엽 밟는 운치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시구이기도 합니다.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낙엽 빛깔은 정답고'

#낙엽 빛깔이 정답다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떨어지는 낙엽, 쌓이는 낙엽의 고운 빛깔을 정답게 볼 수 있는 구절입니다.  구르몽의 시는 가을에 낭송하면 한껏 가을 분위기를 낼 수 있는데요. 마지막 구절은 인생무상을 엿보게 합니다.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되리니' #낙엽은 날개 소리를 내고,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내고, #낙엽은 정다우며 결국 우리들도 종당에는 #낙엽이 되는 것이 순리겠지요. 

이 가을에 구르몽의 #낙엽이라는 시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워낙 고전인 시이기도 하지만, 문득 감각적 이미지를 생각하다가, 가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가 #낙엽이었어요. 감각적 이미지는 느끼는 것에 기초한다고 하더라고요. 가을을 느끼는 것도, #낙엽을 느끼는 것도, 느끼는 주체가 어느 정도 크기의 스펙트럼으로 느낄 수 있느냐에 따라 의미가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감수성이 깊은 분들이 구르몽의 #낙엽이란 시도 훨씬 깊고 넓게 감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2019년 가을은 오직 한 번뿐이지요. 이 가을에 시 한 편 어때요? 


낙엽-도종환

 

헤어지자

상처 한 줄 네 가슴 긋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자

 

수없이 헤어지자

네 몸에 남았던 내 몸의 흔적

고요히 되가져가자

 

허공에 찍었던 발자국 가져가는 새처럼

강물에 담았던 그림자 가져가는 달빛처럼

 

흔적 없이 헤어지자

오늘 또 다시 떠나는 수천의 낙엽

낙엽

 

도종환, <<사람의 마을에 꽃이진다>>, 문학동네.

 

도종환 시인의 낙엽이란 시는 헤어지는 사람과의 이별을 생각나게 하는데요. 읽으면 읽을수록 멋없이 정 없이 속절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슬픔이 느껴집니다. 어른 낙엽 밟으러 나가봐야겠어요. 문밖에는 빨간 단풍이 뚝 뚝 소리 없이 지고 있거든요. #낙엽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오늘이 여여하다는 것이겠지요. 속 시끄럽다면 #낙엽이 느껴질 수 없을 테니까요. #낙엽을 느낄 수 있는 오늘을 감사하며 여여한 하루 보내세요~~!